이 그림은 고갱(Paul Gaugin, 1848-1903)이 죽기 1, 2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이 시점은 자전적 일생의 회고와 영혼의 간절한 소망을 고백하는 고갱의 ｢노아 노아｣가 출간된 때이기도 하다. 그 만큼 이 작품에는 삶에 대한 고갱의 예술적 해석이 녹아 있는 것으로 판독되어 왔다.

폴 고갱,"성모 마리아와 두 명의 마리아", 1901~02년경

세잔, 고흐, 이들과 함께 세기의 전환점에서 다가 올 시대의 한 흐름을 예견했고 또한 새로운 세기를 열었던 고갱은 유럽을 등지고 남양의 타히티 섬에서 그 곳의 원주민들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고갱은 하늘로부터 허락 받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유럽의 물질 문명이 빼앗아 버렸다는 판단에서 그 본성을 회복하는 환경에서 제작 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는 원색과 단순한 드로잉이 때묻지 않은 자연 상태의 인격들을 들어내는 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고갱은 타이티 원주민의 생활 속에서 그와 같은 자신의 신념을 제작을 통해 실천했다. 원주민들의 세계관과 시각을 이해하려 분투했다. 그는 그 곳 주민들이 제작하는 생활용품이나 공예품의 기법을 탐구하고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고갱은 그 방법으로 형태의 윤곽을 단순화하고 넓은 색 면에 강렬한 색채를 거침없이 덮는 작업을 채택했다. 그와 같은 폴리네시안의 단순한 형태를 급기야 기독교적 주제에 적용하기까지 했다. 이들 두 요소는 고갱의 회화 전반에 관류하는 두 가지 축으로 나타난다.

이 그림에서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 막달라 마리아, 마르다의 누나인 또 다른 마리아 그리고 천사마저 죄다 유대인 혹은 유럽인의 형태가 아닌 폴리네시안의 일상으로 적용되어 있다. 그들의 피부를 덮은 단순한 색 면과 과일, 식물의 원색들 또한 당시 유럽에서는 용납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들 인물들이 자아내는 장면 역시 성경의 시간적 전개와 고스란히 일치되지 않고 예수의 일생에 걸쳐 순차적으로 등장한 세 명의 여성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표현했다. 여기서 고갱의 회화는 시간을 초월한 인간의 자연적 본성과 하늘의 뜻이 종합되는 우화로 관람자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