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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말"(Artist's Statement) 쓰기
미술가 개인의 작품설명을 위한 조언
미술가의 말(artist's statement)은 개별 작품, 버전(version: 연관된 개별 작품들을 묶는 개념)그리고 연작(series: 연관된 버전들을 묶는 개념)에 덧붙이기 위해 미술가가 쓰는 짧은 글이다. 이를 "미술가의 글", "미술가의 일기", "작업 일지", "제작의 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술가의 말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무시되거나 판매를 촉진하는 감초정도로 취급될 수는 없다. 그것은 미술가가 제작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작품에 관해서 설득하고 설명한다. 그것은 구입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나 전시 큐레이터, 평론가, 동료 미술가 혹은 무심히 망설이는 사람들이 읽는다. 이들은 또한 그 미술가의 작품을 진지하게 관찰한다.
훌륭히 작성된 미술가의 말은 읽기에 쉽고 유익하다. 또한 그것은 미술가와 그가 제작한 작품에 관한 독자의 이해를 밝혀준다. 반면 미흡한 미술가의 말은 이해하기에 힘들고 조리가 서지 않아 두서없는데다 자만에 차서 방자해 보인다. 더욱이 그것은 유익하기는커녕 짜증스럽고 어떨 때는 폭소를 자아내게 하기까지 한다.
미술가의 말은 어느 정도 양으로 하면되나?
미술가의 말은 지나치게 긴 것보다 짧은 것이 오히려 좋다. 사람들 대부분은 장황한 논문을 애써 참으며 읽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많은 이들은 긴 글 앞에서 그것을 읽기도 전에 물릴 것이다. 그 양은 100~120 단어 내외나 서너 개 정도의 짧은 문단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미술가의 말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나?
미술가의 말은 미술가가 제작한 작품의 양식, 주제, 동기에 관해서 밝히면 된다. 미술가가 원한다면 자신의 접근법과 철학에 관해서 조금 덧붙여도 좋다. 미술가가 미술대학이나 그와 유사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의 교육경력에 관해서 특별히 언급하시라.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선행하는 미술가들(현존하든 작고했든)에 관해서 쓰는 것을 고려하시라. 경중에 상관없이 수상경력에 관해서 언급하시라.
또 자신이 참여한 전시회들, 소장처 및 주요 판매처에 관해서 언급하시라. 자신이 참여하는 미술가협회나 기관을 덧붙이시라. 이러한 것들이 미술가의 실적들을 조명하여 전문적 신빙성을 강조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하고 자세한 이력서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 만약 공식적이고 내세울만한 이력을 갖지 못하다면 염려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미술가이게끔 하는 것은 이력의 조건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미술품이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말로 기술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시각적인 것을 말로 설명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뭣보다 미술가의 말을 작성하는 사람은 미술가(artist)이지 작가(writer)이지 않다. 제작의 부단한 연습이 미술 작품 창작을 쉽게 한 것처럼 불굴의 노력은 글쓰기에도 가장 중요하다. 미술가의 말을 처음 작성하는 사람이 세련된 글을 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여러 번 수정하고 재가공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 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시라.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관해서 남들이 어떻게 말 할 것인가를 생각하시라. 또한 자신의 작품들과 삶에 대한 자신의 견해로 무엇을 이룩할 것인가를 생각하시라. 자신이 작성한 문장을 동료에게 보여주고 그의 충고를 얻어라. 미술가의 말은 삼인칭이 아닌 일인칭으로 작성하시라. 따라서 "필자는…"이나 "미술가는…"이라는 주어 대신에 과감히 "나는…"이라는 주어로 문장을 시작하시라.
미술가의 말을 바꿀 수 있나?
물론이다. 미술가 자신과 그의 작품은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실재로 미술가는 단순히 "미술가의 말"을 매번 반복해서 프린트할 것이 아니라 개별 전시회나 행사, 그리고 시장에 맞추어서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그것을 그때그때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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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의 말 작성 사례
침묵과 고립: 내 판화제작의 조건과 특성
정욱형, 판화가
나는 여러 해 전에 특정의 이미지로 전달되는 분위기의 배경을 담고 있는 큰 붓 자국들에 매료된 뒤로 순수한 비대상 추상(no-objective abstraction)에 집중 해 왔다. 나는 그것을 시적 이미지와 신비한 공간으로 개발하고 탐구해오고 있다. 다음은 내 작업 노트의 한 구절이다:
나는 텅 빈 육중한 공간에 선이 신비한 분위기로 확장되길 원한다. 나는 내 작업에서 감성적인 선이 나의 자유로운 방향대로 그리고 종이 밖의 실재하는 공간으로 힘차게 다시금 확장될 것으로믿는다. 그 과정에 선들은 서로 교차하고, 서로 혹은 단독으로 관통하기도 한다.
나는 항상 붓 자국들과 배경, 이 둘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염두에 둔다. 나는 판화 공방에서 작업할 때면 음악에 귀기울인다. 음악에 대한 주관적 심정이 붓 자국들을 다루는 특정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공방에서 작업할 때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적이 있었다. 그 때 작업의 결과는 엉망이었다. 그 작업은 여느 때의 것들과 아주 유사해 보였지만 근본적으로 율동적 움직임이 인쇄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음악이 내 작업의 일부가 되는지 어떤지를 알지 못했다. 이후 나는 그것과 다른 종류의 음악들을 두루 시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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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타입, 1999 | 그 결과 특히 고전 음악은 내 작업에서 감지되는 범우주적 보편성의 표출 방식을 심도 있게 이해시켰다.
나의 색채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이를 갖게 되었고 어두워져 갔다. 색채의 층들 각각은 내 영혼의 침묵에 관한 직접적 언급이다. 그 각각은 스스로의 공간과 스스로의 표현이다. 내 판화들에서 신비롭고 애매한 특질들은 개별적인 특수성을 띤다. 고립, 침묵 그리고 공허와 같은 나의 확장된 탐구의 주제들은 최근의 작업에까지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이들은 나의 미국 행의 결과이다. 나는 그 특질을 내 작업에 끌어들임으로써 나 자신을 발견해 왔다.
나는 바로 그 특질을 내 삶의 생생한 경험과 결합해 왔다. 나는 한 때 먼 곳의 친지와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립에 빠지고 우울한 일상을 가져 봤다. 그를 통해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심각하게 자각하게 되었고 말을 먼저 하기보다 오히려 생각을 더 하려 했다. 나는 잠잠해지고 싶었다. 이처럼 나의 특성이 발견되는 만큼 나의 작품들은 점점 그 깊이를 더 해 갔다. 나는 내 작품을 통해 내 자신을 표현하려 분투했다.
외로움과 고립, 이들은 내 작업의 강렬한 표현들이다. 나는 혼자일 때 내 자신에 관해서 솔직하게 생각하고 또한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욱이 나는 항상 고립과 외로움에 처해 있다. 그처럼 나는 항상 침묵을 유지한다. 이 것은 내 특성의 한 부분이다. 나는 이웃들과 이야기할 때 나의 말을 하기보다 그들의 말에 더 많이 귀기울인다. 나는 내 작업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침묵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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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타입,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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