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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크리스티 경매의 선택


편집취재팀   /   Culture Ocean Vol. 07   /   2011. 8. 30.

홍콩크리스티 경매의 선택

                     
출품된 한국미술의 실적

이희영, 미술평론가





홍콩크리스티의 「2011년 봄 정기 경매」가 6월 1일 막을 내렸다. 컨벤션센터의 한 쪽을 채운 응찰경쟁의 열기와 요란한 망치질의 메아리가 40억 홍콩달러(이하 HK$, 약 5,545억 원)의 놀라운 판매실적을 단 엿새 만에 만들었다. 이는 크리스티의 아시아 경매사상 시즌별 최고치이다. 게다가 경매는 1천만HK$ 이상이 나가는 69개의 품목을 판 기록과 36 개의 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다. 크리스티 측은 이 결과들로 “홍콩이 국제미술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중심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고 자평한다. 크리스티 아시아의 총괄 회장 쿠리엘(François Curiel)은 “지역 경제의 강력한 힘과 최상의 질을 갈망하는 아시아 소장가들의 엄청난 욕구” 때문에 그 기록들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풀이한다.
 
    응찰하는 크리스티의 고객    2011Heui-yeong Yi



같은 기간 중 5월 28일 저녁에 진행된 「아시아 20세기와 동시대미술」경매와 다음 날 오후에 열린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에 한국 관련 미술품들이 50점이나 나왔다. 이 중에는 미국 기반의 백남준과 일본 기반의 이우환의 작품들도 포함된다. 3년 째 접어든 미술 시장의 침체를 견뎌온 한국의 화상이나 구매자는 그 열기에 관련 품목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혹은, 그것에 편승해 날아오를지 촉각을 곤두 세웠다. 그들이 주목하는 곳은 5년 전 봄과 가을 한국 미술가들의 작품이 예상치 못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는 기적이 일어난 바로 그 자리이다.

* * *





현장의 열기와 실적

 

위의 두 경매와 함께 이 번 정기 경매는 「중국 20세기 미술」경매(5월 29일 오전)와 「동남아시아 근대 및 동시대 미술」(30일 오전)경매도 포함한다. 크리스티는 이들 네 경매를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현대미술을 포괄하는 하나의 단위로 프리뷰 전시를 기획했고 그 내용을 통합된 한 권의 도록으로도 묶었다.
 
  백남준의 "티비는 키치이다"가 설치된 프리뷰 전시장

  이 작품은 5월 28일 저녁 "아시아20새기와 동시대미술"경매에서 422만HK$로

  추정가 범위 안에서 낙찰되었다.                               2011Heui-yeong Yi
이 기획은 각 지역의 현대미술에 대한 크리스티 고객의 반응을 한꺼번에 파악하기 쉽게 한다. 특히 「아시아 20세기와 동시대미술」경매는 나머지 세 분문에서 추린 고가의 대표작들로 예외적으로 마련되었다. 여기에 백남준과 이우환의 작품이 각각 한 점식 출품되었다. 그 저녁 경매만으로 나머지 세 경매의 낙찰 총액 3억1,824만2,500HK$를 훨씬 넘는 4억8,406만HK$(약 6백72억8,434만원)어치나 팔았다.



저녁 경매에서 짜오우찌(趙無極, 1920~)의 작품 두 점과 쩡팡쯔(曾梵志, 1964~)의 세 점은 현장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되었고 응찰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들 모두는 저녁 경매의 최고판매액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의 높은 가격과 박수는 유럽을 기반으로 전후 현대미술의 전개에 기여한 중화출신 거장에 대한 역사적 가치의 인정임과 동시에 본토에 자생하는 개혁개방 이후 세대에 대한 확신과 신뢰를 반증하는 것으로 비쳤다.



저녁 경매에 출품된 백남준의 “티비는 키치다”는 프리뷰 전시에서 넓은 공간이 배려된 중앙에 설치되었고 그의 기술공학적 시도가 20세기의 혁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 내용들이 여섯 쪽에 걸쳐 도록에 실렸다. 그런가 하면 같이 출품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역시 프리뷰 전시장의 주요 벽면에 걸렸고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현대미술의 전개에 차지하는 그의 위치와 서구미술과의 관계도 심도 있게 도록에 설명되었다. 이는 크리스티가 한국출신의 두 거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또한 고객의 응찰을 최대한 유도하려 노력한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우환과 백남준은 추정가의 범위 안에서 별다른 경합 없이 재빨리 낙찰되었다(각각 1백82만HK$, 4백22만HK$).



다음 날 진행된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에도 출품된 백남준의 다른 작품 두 점은 낙찰에 실패했다. 그 외 같은 경매에서 한국출신 미술가의 작품 14점이 낙찰 받지 못했다. 유찰작의 상당수는 추정가가 20만HK$ 이하의 소액에 집중되었지만 그 이상에 해당하는 백남준의 두 점(추정가 각각 2백만, 80만HK$), 서도호(300만HK$, 철회), 이불(55만 HK$) 그리고 이배(40만 HK$)의 유찰은 판매상의 노력과 한국 미술 종사자의 기대를 무색케 했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에 응찰 경쟁을 부추기는 경매사 파우킨스(Andrea 

 Fiuczynski)   
이 작품은 5월 28일 저녁"아시아 20세기와 동시대미술"경매에서 182만HK$로 추정가의 범위 안에서 낙찰되었다.                        2011Heui-yeong Yi




추정가의 범위 안에서 한국 미술가의 작품 17점이 간신히 낙찰되었다: 김동유(낙찰가 68만HK$), 이이남(50만HK$), 강형구(80만HK$), 강강훈(10만HK$), 이불의 또 다른 작품(74HK$), 최영걸(10HK$), 김보민의 두 점(각각 6만8,750, 6만2,500HK$), 권오상의 두 점(각각 16만 2,500, 30만HK$), 이재삼(17만5천HK$), 함명수(12만5천HK$), 장재록의 두 점(각각 7만5천HK$), 민정연(1십만HK$), 주도양(6만2천HK$), 이윤진(8만1천HK$).

그 반면에 이 날 경매에서 추정가를 넘어선 반가운 목록은 16점이다: 김동유의 다른 한 점(낙찰가 35만HK$), 최소영(1백28만HK$), 김성진(20만HK$), 정광영의 두 점(각각 43만7천, 1백22만HK$), 최영걸의 또 다른 두 점(각각 30만HK$, 32만5천HK$), 이환권(62만HK$), 원성원(1십만6,250HK$), 류정민(8만1,250HK$), 성태진의 두 점(각각 7만5천, 1십3만3천HK$), 함명수의 세 점(각각 12만5천, 두 점 다 1십만HK$), 장재록의 또 다른 한 점(1십만6천HK$). 이들 중 최소영, 전광영의 한 점, 최영걸의 한 점, 성태진의 한 점, 함명수의 두 점은 추정가에 비해 50%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특히 최소영과 함명수의 한 점은 추정가의 배를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선전을 했다.





성과



이 번 경매가 열리기 10일 전부터 국내 언론은 백남준, 이우환, 서도호 등을 열거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한국출신 대가의 작품들이 출품된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심지어 한 경제지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 또 한 번 한류 불까”라는 제목까지 달았다.
 
 프리뷰 전시장에 걸린 전광영의 "Aggregation 06-AP016"

 이 작품은 5월 29일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에서 추정가의 50%를 초과하는

 122만 HK$로 낙찰되었다.                                      2011Heui-yeong Yi
몇몇 거장의 항목이 마치 기차의 기관차처럼 줄줄이 나머지 항목들을 끌고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예언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5월 29일 낮 경매가 끝나자 국내의 언론들은 낙찰 수와 낙찰 금액 정도를 밝히는 선에서 간단히 보도하거나 짜오우찌의 성과에 못 미친 백남준의 결과에 대한 실망을 피력했다. 이제 “한류”가 미술에까지 거부 못할 이념으로 도사리는 것은 아닐까?



한국관련 항목들 중 34점이 1천563만HK$(약 21억7,257만 원)어치 판매된 낙찰률은 68%로 드러난다. 추정가를 넘어선 낙찰률은 32%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즌에 27점이 1천192만8천HK$(약 16억5,799만원)어치 판매된 것보다 24%나 향상된 성과이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사이 국내에서 진행된 경매들의 낙찰률과 비교해도 이것은 크게 저조한 편은 아니다. 국내에 비해 적은 수의 항목들로 달성된 21억 7천여 만 원 대의 성과는 오히려 일말의 기대까지 갖게 한다.
 
 경매에 붙인 최영걸의 "설악청명"                                2011Heui-yeong Yi 이 작품은 5월 29일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에서 30만HK$로 낙찰되었다.

 한편 이 작품은 도록의 섹션을 구별하는 장에 두 쪽에 걸쳐 도판으로 활용되었다.
호경기 때 같은 장소에서 100%의 낙찰률과 추정가를 배로 상회한 판매의 기억이 지나치다 못해 황당한 기대를 갖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뭣보다 당시의 성과는 홍콩이 한국미술의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비쳤고 더 나아가 한국미술시장에서 발굴되고 가공된 항목들을 국제적으로 보증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추정가의 50%를 넘는 낙찰 항목들 중 전광영, 최영걸, 성태진은 이전부터 꾸준히 출품되었고 최소영과 함명수는 작년 11월 경매에서부터 출품되었다. 5년 전의 기적을 주도했던 항목들 중 상당수는 애초에 출품되지 않았거나(혹은, 못했거나) 추정가의 범위 내에서 혹은 그것을 조금 넘는 지점에서 낙찰되었다. 이들 5명의 미술가에 해당하는 항목들은 그 기적을 주도한 몇몇 작품들과 차이를 띤다. 이들은 작품이 그렇게 제작된 분명한 이유를 매체를 통해 밝힌다.



 
 최소영의 "눈이 내린 뒤 2"

 이 작품은 5월 29일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에서 추정가의 배를 넘는 128HK$에  

 낙찰되었다.                                                                2011Heui-yeong Yi
최소영은 표면 조직의 결(texture)과 시각적 작용을 특정의 풍경으로 통합하고 전광영은 전체의 형태와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의 특수성을 공존시킨다. 그런가하면 함명수는 읽혀지는 내용의 사실과 그것을 이루는 세부의 환각 사이의 충돌을 유발한다. 이러한 통합, 공존, 충돌은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새롭게 생각할 기회 혹은 인식론적 비판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기회는 재료의 진실과 그것이 보이는 사실 간의 차이를 작품이 갖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그러한 시각적 통찰을 담을 정도로 재료와 매체에 대한 응용과 가공의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의 기적을 주도했던 몇몇 작품들을 수공적 그래픽에 의존한 장식물 정도로 비교되게 한다.





홍콩크리스티의 전략



크리스티는 「아시아 20세기와 동시대미술」경매의 낙찰률을 93%, 「중국 20세기 미술」경매의 것을 88%, 「아시아 동시대미술」경매의 것을 77% 그리고 「동남아시아 근대 및 동시대 미술」경매의 것을 76%로 집계했다. 중국미술의 강세를 분명히 드러내는 수치이다. 각 개별 경매의 낙찰을 성사시킨 상당수도 중국 쪽 소장가이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서 유럽 쪽 기업에서 매입한 수가 이전보다 두드려졌다. 이는 곧 홍콩에서 소장의 기회와 낙찰의 영향에 유럽세가 가해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돈이 아시아로 그것도 홍콩으로 쏠린다는 시중의 말들을 어느 정도 반증하는 듯하다.



 

 쩡팡쯔의 "자화상"이 걸린 프리뷰 전시장      2011Heui-yeong Yi

부시체니 연방통신위원회(Bush-Cheney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자문위원이자 소장가로 활동하는 린더먼(Adam Lindeman)은 홍콩크리스티의 환경으로 크게 “중국 쪽에 거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구매하려는 서구의 화상들과 “헤르메스나 샤넬 혹은 루이뷰통과 같은 명품을 사듯 미술을 구매”함으로써 신분의 과시에 혈안이 된 중국의 소장가들을 지적한다. 그는 특히 “60년간의 사회주의 체계 속에 갑자기 생긴 부동산 투자, 주식 투기, 소비재 산업”에 대한 경험으로 중국의 소장가들은 “미술이 곧 돈”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 경매는 바로 그들의 본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도박과 투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중국인의 취향” 때문에 중국의 소장가는 궁극에 “경매를 경매하고 싶어”하기까지 한단다. 린더먼은 여기에 “홍콩크리스티 경매의 프리뷰 전시가” 신분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소장가들에게 서구미술을 접할 몇 안 되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홍콩크리스티는 서구의 열망과 중국의 열망을 연결하는 통로로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해 홍콩크리스티는 서구 화상의 열망과 중국 소장가의 열망 간의 역학 관계를 조절하거나 그것들 각각에 기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짧은 현대미술의 역사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거의 없다시피 한 홍콩의 환경(상업화랑은 현재 50여 개가 넘는다)에서 크리스티는 시장으로서의 미술(art world as market)을 이끄는 듯하다. 이는 곧 홍콩이 갖는 개방성과 활력 그리고 숙련된 거래의 전통과 금융 체계로 얼마든 미술을 다루로 각지의 미술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비친다.





고객의 선택



나는 이들 네 부분의 개별 경매들을 지켜보면서 크리스티 고객들의 변화된 선택을 엿봤다. 이 변화는 국제적 금융위기 이후에 아시아 미술시장에 돋는 새싹처럼 생각된다. 이번 시즌에서 지금껏 안정적 판매로 소장가들을 자극해온 일본의 만화풍 회화들 중 상당수가 낙찰에 실패했다. 그런가하면 시장의 광풍을 주도해온 천안문 사태 이후 세대를 뒤따르는 일군의 화가들의 작품들 중 일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되기 일쑤였다. 이들은 5년 전 기적을 주도했던 한국관련 몇몇 항목들의 저조와 관련 있어 보였다. 이들은 대개 표면이 선명하지 못하고 떠 보이는 공통점을 갖는다. 비근한 예로 유화의 훈련이 부족한 화가의 작품에서 흰색이 뜨는 것과 같다. 여기에 크리스티 고객의 외면과 의심이 읽혀진다.



이 외면은 작품의 질에 대한 본격적 조회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눈먼 화상들에 의해 조작된 소문에만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려는 결의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일본의 만화풍과 중국의 냉소적 팝, 이들 중 많은 수가 최근 취향의 무분별한 복재에 의존한 채 설익은 재료의 노출이 잦았다. 그럼에도 과거 호경기의 기류와 과장된 소문에 대한 언론의 맹목적 인용으로 매체의 어설픈 처리들이 가려졌었다. 이제 크리스티의 고객은 기본에 주목하고 따지기 시작했음에 분명하다.

 
 프리뷰 전시장에 걸린 프메이례르(Le Mayeur)의 "발리의 사찰 축제"

 이 작품은 5월 30일 770만HK$로 "동남아시아 근대 및 동시대 미술"경매의

 최고가를  갱신했다.                                           2011Heui-yeong Yi
「동남아시아 근대 및 동시대 미술」경매에서 최고 판매가 10위에는 2차 대전 이전 현대미술의 훈련을 지속한 화가들과 그 전통에 반응한 최근의 세대들로 채워졌다. 이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물감과 캔버스 간의 작용과 같은 매체의 운용에 독자성을 띤다. 특히 표면에 재료가 자유롭게 마찰하는 특질로 동남아시아에 근대미술을 접목시킨 르메이예르(Le Mayeur)의 유화가 770만HK$에 낙찰되고 칠과 표면을 인도네시아 특유의 지역성으로 종합하는 데 성공한 아판디(Affandi)의 평면이 전 날 저녁 경매에서 낙찰된 이우환의 가격에 무려 두 배에 달하는 362만HK$에 낙찰됨으로써 이 둘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특질은 크리스티의 고객이 외면하거나 의심하는 “매체의 어설픔”과 정확히 대비된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개국에서 1950년대 말 취앤산쉬(全山石)의 귀국 사이에 중국미술은 바로 이 매체의 특질을 망각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개국선언에 맞춰 다급히 발탁된 미술가들은 유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훈련이 없었고 유화의 속성을 충분히 구사하던 기존의 미술가들은 선택되지 못했다. 취앤산쉬가 러시아 레핀미술학교에서 매체의 정확한 운용을 훈련받고 돌아오기 전까지 중국의 선택된 화가들은 재료의 자율적 특질을 이해하지도 드러내지 못했다. 그 공백을 이 번 경매의 고객들은 짜오우찌, 챵유(常玉)와 같은 해외파를 통해 메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저녁 경매에 일본의 근대미술을 이끈 츠구하루후지타(藤田嗣治)의 종교화와 젠자부로코지마(児島善三郞)의 1930년대 회화에 크리스티는 경매의 앞 순위로 두고 보도 자료에도 싣는 등 백남준과 이우환에서처럼 공을 들였고 추정가의 배 혹은 50% 이상 상회한 가격에 팔았다. 크리스티는 이처럼 동남아시아이든 일본이든 상관없이 중국의 공백을 대치할 것이라면 뭐든 집중하는 듯하다. 이는 근대주의의 수용과 그것의 지역적 변형이 크리스티 고객의 최근 수요 중 중요한 부분임을 논증한다. 근대미술의 이식과 지역화에 기여하는 작품에 대한 크리스티 고객의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취앤산쉬 의해 보급된 유화의 자발적 표현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따르던 취앤산쉬 이후 세대의 두툼한 회화들 특히, 변방의 소수민족을 그린 그림들 중 당시 취앤산쉬 계승했으되 끈적이는 표면의 점성에만 집중하는, 일종의 매너리즘을 띠는 항목들은 예상만큼 큰 가격으로 낙찰되지 못했다. 하지만 취앤산쉬를 계승함과 동시에 이국의 지역성에 훨씬 진솔하게 접근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취앤산쉬를 벗어나는 표면에 도달함으로써 매체의 독창성을 이룩한 아이쉬앤(艾軒)의 “은밀히 너에게 말하마(悄悄告诉你)”는 추정가의 배를 훨씬 넘는 5백78만HK$의 낙찰로 「중국 20세기 미술」경매에서 최고가 3위에 들었다. 이는 호경기의 거품이 빠지고 동시에 호경기 때 제외된 앞 선 세대에 대한 복원으로 비친다.
 
  아이쉬앤(艾軒), "은밀히 너에게 말하마(悄悄告诉你)", 1992, 캔버스에 유채,

  73.3x74                                                   2011Heui-yeong Yi                  




이번 경매에서 천안문사건 이후 세대들 중 가장 주목받은 항목은 쩡팡쯔이다. 저녁 경매에 출품된 짜오우찌의 두 점에 이어 그의 "자화상"이 3천7백62만HK$에 낙찰되면서 최고가 3위에 그리고 나머지 두 점도 추정가의 3배에서 4배로 낙찰되고 최고가 10위에 죄다 포함되었다. 다음 날 낮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추정가의 몇 배로 낙찰되었다. 그의 같은 세대인 장시아오강, 팡리쥔, 리오우예 등도 추정가를 능가했지만 그의 혁혁한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쩡팡쯔는 해를 거듭할 수록 회화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봤다. 이 변화는 캔버스의 표면과 그것에 반응하는 칠의 일관된 특질 속에서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변화와 함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최소영, 전광영, 함명수에게서도 보인다.



백남준과 이우환에 대한 크리스티 고객의 적극적이지 못한 선택은 매체의 특질보다 이들의 역사적 기여와 그 영향력의 기반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된 듯하다. 달리 말해 이들의 가치를 보증해 줄 기반에 대한 회의(懷疑)가 저조한 낙찰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분명 한반도 출신의 미술가들이지만 예술적 성공을 안겨준 것은 한국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생산되어온 이들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맥락에 이들을 온전히 가두려한다. 이들의 출품작들을 다루는 도록에 그 영향이 고스란히 발견된다. 여기에 고객의 망설임은 더 해졌을 것이다.

* * *





급부상하는 동아시아의 소장가와 서구의 화상, 이들 사이의 연관으로 가치를 가공하려는 홍콩크리스티의 환경에서 고객의 변화하는 몇몇 선택이 크게 세 가지 방향을 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1Heui-yeong Yi
첫째 호경기의 거품을 걷고 그 속에 드러나는 매체의 질적 회복에 대한 관심, 둘째 중화인민공화국의 개국에서 문화혁명기 사이의 공백을 대체할 근대주의 미술의 복원 그리고 셋째 연작의 지속적 전개와 매체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품목이 그것이다. 이 세 방향은 결국 미술의 기본적 특질과 정보의 정확성을 시장의 기능을 통해 이루고자는 고객의 열망에서 비롯된다. 특질의 추구와 정확한 정보, 이 두 가지는 쿠리엘 회장이 지적한 “최상의 질을 갈망하는 아시아 소장가들의 엄청난 욕구”의 구체적 태도로 생각된다.



홍콩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이미 한국인들에게 잠재해 있다. “홍콩 간다”라는 말이 있다. 실재로 홍콩에 간다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은 비현실적이고 황홀한 경험과 느낌을 표현할 때 쓴다. 어쩌면 홍콩은 기적과 같은 놀라운 성과를 주어야 홍콩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환상이 기대 때문이든 믿음 때문이든 그것을 제거하고 보면 이번 경매에서 한국현대미술은 분명한 성과를 얻었음이 확인되고 또 홍콩을 이용할 길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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