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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블루칩: 제 9회 인사동 열린경매 참관기


편집취재팀   /   2007. 5. 10.
 

아! 블루칩

              제 9회 인사동 열린경매 참관기





김상희 기자 / 편집취재팀





불붙은 미술시장



지난 3월(2007)) k옥션 경매에서 박수군의 “시장의 여인들”이 국내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25억원에 낙찰되었고 4월 26일 서울옥션의 현대미술경매만 92%라는 최고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연이은 기사들은 한국 미술 시장의 유례없는 호황을 알려주고 있다. 화랑가 에서도 인기 미술가의 전시회에서는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매예약이 끝나는 진풍경들이 벌어지고 있다.

               도상봉


국내미술시장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 되어있는 가운데 5월 7일(2007) 서울옥션의 제 9회 인사동 열린 경매를 찾았다. 인사동 2층에는 경매장 입구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미 예약된 좌석은 죄다 차있고 경매장 뒤에 빽빽이 들어서서 경매를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인파들이 미술경매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그 뒤쪽에서는 경매과정을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하고 있었지만 관람객들의 카메라 사용은 금지되었다. 경매시간은 오후 5시부터, 하지만 계속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3분 늦게 경매가 시작되었다.





응찰 방법



이 경매에는 총 180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경매작품은 경매장과 같은 장소에서 1주일 전 “프리뷰” 전시를 통해 경매 전에 감상되고 상태를 확인 받는다. 프리뷰를 보고 맘에 드는 실제 작품을 사려면 경매에 참여하여 응찰해야 한다. 그 방법은 3가지가 있다. ①직접 경매장을 찾아 공개 응찰하는 방법, ②사정으로 공개 응찰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서면 응찰하는 방법, ③경매 시 담당직원이 응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대신 응찰을 하는 전화응찰이 있다. 공개, 서면, 전화응찰자가 동일한 가격으로 응찰을 하는 경우 서면, 직접, 전화 응찰자 순으로 낙찰순위가 주어지며 동일한 가격의 서면응찰자가 중복될 경우 먼저 서면 응찰서를 제출한 응찰자에게 낙찰된다.

        이동욱


현재는 각 경매회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경매도 할 수 있어 폭 넓은 미술 경매가 가능하다. 이번 열린 경매에서는 경매사 3명이 경매를 진행하였고 오른쪽 옆에는 출품작들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고 왼쪽에는 작품의 가격이 원화, 달러, 엔화로 동시에 매겨지는 전광판이 놓여 있었다. 공개 응찰 시에는 패들(paddle)이라는 작은 라켓모양의 번호 판을 들어서 응찰의사를 밝힌다. 낙찰 봉을 든 경매사 양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보조 경매사로 서면 응찰을 대신해 응찰을 해주 , 경매장 좌측에는 4-5명의 전화응찰 담당자들이 직접 패들을 들며 응찰을 대신해 준다.





블루칩의 위상: 사석원, 도상봉, 도성욱, 이정웅



경매의 시작을 알리는 경매사의 목소리와 함께 경매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첫 번째 작품의 경매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작품은 사석원씨의 “닭”이란 작품인데 추정가가 5백만원~ 8백만원이었다. 하지만 몇 초 사이에 1천만원을 넘어서며 1천2백50만원의 가격에 낙찰되었다. 한 작품 당 채 1분이 안 되는 시간으로 몇 백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날 가장 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도상봉 작가의 “라일락”이라는 작품으로 1억 2천2백만원에 낙찰되었다.

 이대원, 나무

응찰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젊은 작가 도성욱의 “condition night”와 이정웅의 “정물”, 이대원의 “나무”, 사석원의 “12지”등 이었다. 도성욱은 2004 MBC금강미술대전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하였으며 대구출신으로 대구·경북 극 사실회화의 맥을 잇고 있는 올해 36세의 젊은 작가이다. 이날 도성욱의 작품은 추정가가 4백만원~ 6백만원이었는데 실제 낙찰가는 5배나 높은 2천5백만원에 낙찰되었다.

 

이정웅은 주로 한지에 먹의 번짐과 붓을 극사실적화로 그리는 작가인데 이날은 그의 예전 작품인 정물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추정가의 3배인 1천8백50만원에 낙찰되었다. 지난 3월 열린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이정웅의 “Brush”(120호)는 추정가(2만5000달러~3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4만2000달러에 낙찰되기도 했었다.



이대원의 “나무”는 이날 경매책자의 표지에 등장 할 만큼 인기작품이었는데 추정가는 3천만원~4천만원이었는데 응찰자들이 많아 계기판의 빨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낙찰될듯하다 다시 경매가 불이 붙는 바람에 5천9백만원에 낙찰되었다. 이대원은 작고한 원로작가로 화면전체를 강렬하고 다채로운 전통적인 색감의 짧은 선으로 한국의 전원을 주로 그린 미술가이다.

 

  이정웅, 정물

사석원의 “12지”는 추정가 2천만원~3천만원으로 책정되어있었는데 경매사가 경매를 부추기며 열띤 경합이 벌어졌다. 전화응찰도 함께 진행되었으며 나중엔 두 명이 서로 경합을 벌이다가 추정가의 배인 4천5백만원에 낙찰되었다. 작품 당 낙찰이 끝나면 경매직원이 낙찰 확인서에 구매자의 사인을 받는다.



 

낙찰 작품의 수령과 낙찰가의 영향



구매자가 사인을 하고 작품을 실제로 수령하기 위해서는 낙찰가 외에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수수료는 서울옥션의 경우 낙찰가의 10%이며 1억원 초과시에는 8%의 수수료와 별도의 부가세를 경매회사에 지불한다. 낙찰가는 다음 경매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 가격을 추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삼 사 십대의 젊은 작가들 그린 작품의 낙찰가는 추정가의 몇 배를 넘었고 기존의 원로작가들의 작품은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또한 낙찰가도 추정가의 안에서 책정되었다.



젊은 작가들의 낙찰가가 높은 이유는 향후 큰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며, 또한 투자의 목적에서 높은 수익을 얻으리라는 기대에 낙찰가가 예상가보다 훨씬 웃돈 것 이다. 최근 이처럼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인식하에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을 쏟았던 시장이 현대미술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중심이 되어 미술작품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아트펀드가 등장하였으며, 금융기관에서는 아트마케팅, 아트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다.



정부도 아트뱅크라는 이름 아래 연간 30~40억대의 작품을 구입해 각 부처에 빌려주고 있다. 개인들이 중심이 된 사모펀드들도 결정되어 미술시장에 더욱더 불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과 수요층 모두 다양해지고 수요층 또한 직장인부터 전문적 종사자들까지 다양하다. 주 연령대는 20대에서 40대의 중산층인 초보 컬렉터들이다. 또한 유통과정과 작품의 가격정보가 공개되면서 미술시장은 투명성이 커지며 따라서 접근성이 용이해졌다. 이러한 추세가 경매장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이라이트, 유찰, 역경매



일반적으로 그날 경매장 판매의 하이라이트인 최고의 작품은 전반부의 약간 뒤쪽에 나온다고한다. 70번의 도상봉의 “라일락”작품이 이날의 가장 고가의 낙찰가를 기록했는데 경매장 판매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경매가 끝나자 경매장 안을 가득 메웠던 인파들은 반 이상 빠져나갔는데 예약한 의자가 많이 빌 정도였다.



중반을 지나자 판화 작품들과 동양화가 등장하였다. 판화작품과 동양화 작품은 인기가 없었다. 전반부에 뜨거운 낙찰분위기와 달리 유찰이 많이 되었고 낙찰되더라도 최소 추정가에 낙찰되었다. 백남준의 작품들은 거의 유찰되었고, 동양화의 유명 작가인 운보 김기창의 작품도 대부분 유찰되었고, 소정 변관식, 박생광, 천경자의 작품도 유찰되었다. 동양화 작품의 경우 낙찰가보다 적은 가격부터 시작하며 추정가보다 낙찰가가 밑돌더라도 구매가능하다고 하였다. 동양화계의 거장 작품이더라도 명성에 맞지 않게 낙찰가가 낮거나 유찰된 것이다.

 여러 품목들에 둘러싸인 백남준


김천영의 개와 신발이 그려진 작품도 추정가는 1백50만원~2백50만원이었지만 130만원부터 구매가 가능하였고 결국엔 유찰되었다. 민화 책가도, 민속공예품인 관복상과 상2점, 작가 미상의 고사 인물도와 산수도, 이당 김은호의 월하 인물도, 황규백의 판화, 조성묵의 판화, 임옥상의 정한수 등의 작품이 추정가보다 낮게 구매 낙찰가를 부를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모두 유찰되었다.



박수근의 사후 판화집도 이날 경매에 나왔는데 이작품은 역경매 방식으로 시작하였다. 추정가 8백만원~1천만원이었던 작품이 7백80만원부터 시작 30만원 낮아지는 방식으로 응찰자가 없어 6백20만원까지 내려가서야 낙찰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역경매 방식은 수요자보다 공급자의 수가 월등히 많을 때, 판매자간에 가격흥정을 붙여 수요자가 가장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매매 방식이다. 마지막에 나온 동양화, 판화, 서예작품들도 모두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되어 할인 판매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경매의 기능



이처럼 응찰자들의 관심이 전반부와는 전혀 반대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작가의 유화작품은 구하기 어렵고 일부 신예작가 작품은 지나게 가격이 급등 하는 것에 비해, 아직 미술시장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과 동양화, 판화작품들은 작품이 좋아도 판매되지 않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경매장은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작가가 인정을 받아야하는 관문의 역할,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기능으로는 예술을 철저히 상품으로 취급하며, 그 상품의 시장성을 투명하고 냉정하게 반영한다. 경매에서 잘 팔린다고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작가의 현재 시장성을 뚜렷이 반영한다. 또한 경매장은 원활한 미술시장의 흐름을 조성한다. 누구나 좋은 작품을 적정한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으며 낙찰을 받은 많은 컬렉터들이 나중에 미술품을 언제든지 경매에 처분할 수 있어 미술품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활성화된 경매시장의 열기가 미술계로 다시 재투자되어 실력 있는 미술가들을 양산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작품을 사는 콜렉터들은 단기간의 이익을 얻기 위해 미술작품에 투자하는 투기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사례처럼  미술시장의 수익이 실력 있는 자국의 신예 작가들에게 재정적인 후원이 되어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 국제적인 미술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미술가 자신도 훌륭한 작품을 제작해야 하지만 국내 소장가들의 아낌없는 후원, 미술가에 대한 화랑의 지속적인 지원과  경매장의 투명성, 이 세 가지 조건이 서로 맞물려 한국의 미술시장이 발전해 나가기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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