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회는 심춘숙의 제3회 개인전으로서 “바다 가장자리 빛”이라는 주제의 연작들로 구성된다. 이들 연작은 심춘숙이 2년여의 기간에 걸쳐 자신의 생활에서 목격한 자연환경과 생명들에 관한 명상과 사색을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하늘과 바다, 그리고 빛과 새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 1995년과 1996년에 가졌던 두 차례의 개인전이 유채를 비롯한 수성안료, 아크릴릭 등 다양한 채색 매체에 의존한 것에 비해 이 번 제 3회 개인전은 모두 유화로만 채워진다.

이 전시회는 신표현주의의에 대한 주목, 테크놀리지에 대한 유혹, 그리고 미술의 현실 적용 운동 등으로 요약되는 ’80년대의 미술환경에서 전문 미술가로서의 수업기를 체험했을 법한 한 젊은 작가의 그 이후 10년대 즉, 90년대를 요약하고 회고하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번에 걸리는 회화들을 통해 심춘숙은 자신의 동세대들이 나아간 이들 세 가지 경향과는 달리 자신의 사사롭고 은밀한 관찰과 생각을 캔버스에 담는 방식을 탐구해왔다.

이들 연작에서 화면 전체의 공기는 유성 안료의 강한 점성이 야기하는 표현성과 차분함을 한 화면에 종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은 유화의 속성을 복구함으로 써 심춘숙의 회화는 전통적 매체와 자신의 삶 사이의 대립적 특성에 관람자를 주목하도록 한다. 그 회화 공간의 특징은 회화의 환각적 성질과 회화의 평평한 물리적 속성간의 대립을 실재하는 자연대상물에 관한 사색으로 적용한 결과이다. 삶과 미술, 자연과 생명, 캔버스의 표면과 안료, 이들 회화 본질의 대비를 그녀의 회화들은 사색으로 통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