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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희: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자전적 통찰


학예연구팀   /   2008. 11. 9.

장 욱 희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자전적 통찰의 미술가




 

  장욱희는 문명 이전의 선사와 공룡의 시대를 꿈꾸던 유년기의 기억을 통해 환경 오염과 자연 파괴와 같은 현대 문명의 과잉된 욕심을 지적하는 설치 미술가로 등단했다.

                                               장욱희, 2008
이는 버려진 나뭇가지와 파괴된 자연물의 조합으로 도시의 가로를 정비하려는 현대 문명의 기준에 역행하는 실험적 실천이었다.


이후 그는 화랑의 실내 공간 전체를 흰색의 솜으로 덮거나 완전한 어두움으로 설정하고 그 곳에서 감지되는 자연물과 우주의 상징으로 현대인의 마음에 내재한 본원적 향수를 자극하는 시도를 했다. 여기서 장욱희는 가로수의 씨앗을 우주의 별로 환치하는 조형적 설득의 장치를 고안하고 그것을 최근의 연작으로 전개시켰다.


최근 장욱희는 인간의 형태를 자신의 작품에 허용하거나 씨앗과 별의 상징적 형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관람자의 직접적 경험에 많은 호소를 한다. 이는 과거의 비유가 직설로 바뀌는 전개를 보인다.


아트네는 이 달의 미술가로 장욱희를 선정한다. 1990년대에 등단한 미술가가 생태와 환경에 관한 당시의 이슈에 관여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인간의 본원적 충동을 향한 장치로 개발하고 그것을 통해 최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는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나뭇가지들을 진혼함, 혹은 예찬함  (1998)


김혜경,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큐레이터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 얽혀 거대한 덩어리를 이룬다. 때로 그것들은 발처럼 덧대어 늘어지기도 하고 거대한 불쏘시개들처럼 아궁이 같은 전시장 입구에 밀어 넣어지기도 한다. 그것들은 애초에 연결되어있던 나무둥치나 뿌리로부터 절단된 채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 끝없이 덧붙여진다. 그것들은 자연의 생명을 상실한 대신 예술가에 의해 부여된 새로운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확대시켜가려는 듯, 서로를 의지하며 더욱 거대하게 몸집을 부풀려나간다. 잘려져 나간 나뭇가지들의 말없는 시위, 혹은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 가녀린 예술가의 동정 어린 진혼의 광경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뿌리째 뽑혀 건축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져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한 장욱희는 그 나무로부터 말할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 이후로 나무, 특히 죽은 나무와 관련된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죽은 나무들의 영이 그녀에게 임한 것일까?

        장욱희, 나무가 나에게 가르쳐 준것
그녀는 도시 곳곳에 버려진 잘려나간 나뭇가지들만을 모아나갔고, 그 나뭇가지들을 갖가지 방식으로 엮어나가는 설치작업들을 실현해가기 시작한다. 버려진 나무들에 새로운 관계를 부여해주는 일, 인간에 의해 일탈된 자연을 다시 인간과의 관계로 불러들이는 일, 그리하여 우주와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분리되어 나간 인간을 다시 자연의 일부로 되돌리는 일에 자신의 예술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예술작업이라는 명분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거나 상하게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서부터 그녀는 소위 생태주의 작가의 반열에 들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장욱희는 나무들을 직각삼각형의 형태로 엮어 올림으로써,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나뭇가지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상화한다. 고딕성당의 첨탑처럼 꼭지점의 뾰족한 나뭇가지는 생명의 원천인 태양을 향해 한껏 솟아오르려 한다. 한 쪽으로 치우친 꼭지점의 위치로 하여 그 상승의 효과는 배가되며, 덩어리 전체의 균형과 조화, 곧 조형성이 확보된다. 작품 전체의 형태가 이러한 삼각형인데 비해 형태 내에서 실제로 직선을 이루고있는 구간은 없다. 모든 선들은 휘거나 겹쳐 있으며 불규칙하게 엉키어있기 때문이다. 유기적 형태들이 모여 기하학적 형태를 완성하고있는 이 모습은 일견 유기체 인간들이 형성하고있는 우리네 인간문명의 기계적 형상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나뭇가지들이 얽히어있는 방식이 사뭇 사람인(人)자를 이루는 요소들의 집합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는 일은 이 작품이 지닌 이중적 코드를 해독하는 열쇠가 된다. 나뭇가지들의 새 생명을 향한 시위는 바로 사람들의 사회가 회복해야 할 협력과 이해의 관계들에 대한 각성과 교차되면서 자연의 회복이 곧 인간성의 회복과 직결된다는 작가의 견해를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작업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빛과 그림자이다. 그녀는 아래로부터 위로 비추는 조명을 통해 벽에 비치는 나뭇가지들의 그림자가 극대화되도록 장치한다. 실제의 나뭇가지보다 거대하게 확대된 그림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롭고 경외로운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자신이 제작한 작품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미술가
             장욱희, 숲의 눈동자, 2002, 언덕에 땅을 파고 한 곳에 풀을 심음

나뭇가지들의 그림자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실제의 자연이 아닌 인간에 의해 죽었다가 또 다른 인간인 예술가에 의해 부활한, 조작된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이 인공의 자연을 통해 우리는 실제의 자연을 상상 속에서 이미지화한다. 거대한 그림자는 또 문명혜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되는 막대한 자연훼손의 결과를 은유한다. 빛이 닿는 면적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뒤덮고 있는 그림자는 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자원들을 낭비하고있는 우리 문명의 어리석은 측면을 암시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녀가 사용하는 색깔 있는 조명들은 문명세계의 현란한 인공조명들을 표상한다. 형광등과 백열등, 할로겐램프와 네온사인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야경은 그 도시를 지키고있는 가로수들로부터 밤의 휴식마저 앗아간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서 색색의 조명을 받으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나뭇가지들은 자신들이 살아있는 나무였을 때 받았던 조명들과 유사한 조명 속에서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위해 예술적 생명을 불사르고 있다. 작가가 가져다 놓은 이 검소한 오브제는 자연인 동시에 인공물이고, 인공물인 동시에 예술작품이다. 이 예술작품은 결국 작가가 바라는 바, 자연과 자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지탱하고 북돋우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일, 나아가 우주와 합일된 본래적 영혼을 되찾는 일을 함께 수행하는 동반자로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





내 존재의 조건으로서의 나무토막

장 욱 희


이러한 작품을 하게된 동기는 1996년 논현동에 있었던 한 아파트 공사장 주위에서 내가 격은 인상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그 곳이 한창 공사가 진행중일 때에 나는 거기에서 건축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져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잘못된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서 죽게된 그 나무는, 썩어서 흙이 되어 초록색 싹을 틔우는 자신의 업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냥 아스팔트 위에서 자신의 주검을 슬프고 우울하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죽은 나무 한 그루의 발견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마치 우주적 자연 생태 순환적 자연의 거대한 주검으로 느껴졌다.


나무는 그 자체에 순환과 반복을 계속하는 생태적 우주를 담고 있다. 때문에 고작 나무 한 그루의 주검이 우주적 자연, 생태 순환적 자연의 거대한 주검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장욱희, 압구정동에서 만나 나무 III, 1998,
             나무, 300x130x130

나무의 줄기는 하늘(우주)을 향해 뻗어 있고, 그 뿌리는 대지를 지탱하여 하늘과 땅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잎은 땅에 떨어져서 뿌리를 통해 다시 줄기가 되고 잎이 되며, 때로는 죽어서 다른 식물의 싹을 틔움으로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시킨다. 나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간의 끊임없이 순환하는 관계의 일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람이 설정한 목적에 따라 폐기되어진 나무는, 이 끊임없는 관계의 과정에서 일탈된다. 나는 이렇게 일탈된, 도시에서 죽은 가로수 나무만을 수집해서 작품의 재료로 쓴다.


나의 작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조직체와 사회 및 생태계모두가 따로따로 고정 불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의존되어 있다는 “유기적, 생태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나무들이 상호 의존적으로 얽혀져서 부분으로 분리되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또한 인위적인 재료의 가공을 극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작업과정을 통해서 나는 나의 존재와 모습을 생각하게된다. 모든 생물 무생물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된 관계 속에서만이 존재할 수 있는 나를.






홀로세의 초상  (2002)


장 욱 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 그리고 무생물들이 각각 따로 견고하게 고정되거나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고 의존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내 작품은 출발한다.

장욱희, 홀로세이 초상, 2002, 250x150x150,
             나무가지들과 영상물

중생대에서 가장 번창한 종이었던 공룡은 급변하는 당시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기에 속하는 신생대의 홀로세에 와서 인간이 공룡의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간의 수는 이미 지구 생태계가 자연 상태에서 받아 드릴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때문에 우리는 이제 완전한 자연의 생활로 돌아가 살기는 어렵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 환경에서 그리고 인간의 사회적 환경에서 스스로 자신이 버틸 수 없는 상태로 환경을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별이 된 씨앗

      장욱희의 최근 설치물들

이희영, 미술평론가, 인천대학교 겸임교수



최근 장욱희는  2002년에서 2003년에 걸쳐 발표된 그의 설치물, “홀로세의 초상”연작을 구성하는 버전에서 확대된 시각적 아이디어를 새롭게 구현하고 있다. 2002년의 그 연작에서 씨앗과 캔 꼭지는 계란 판 속에 수줍게 박히거나 영상물로 투사되는 정도로 다소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장욱희, 별이된 씨앗, 2005, 호두열매와 조명, 창갤러리
반면 2003년 그것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확장된 공간에 노출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무한한 공간을 자유롭게 떠 있고 당당하다. 과거의 버전이 이제 독자적인 연작으로 자란 셈이다. 장욱희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경험하는 삶과 표현하는 매체 사이를 연관 짓는다.


 

장욱희의 매체들 대부분은 자연에서 유래하는 열매, 씨앗과 같은 생태학적 소재로 적용되어 있다. 그것들은 얼핏 인공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강력한 윤리적 메시지로 판독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화랑공간에 그것이 설치될 때 그 대상들은 죽음의 외관을 유지한다. 나무 가지는 절단된 채 삼투압과 광합성을 못하고 열매와 씨앗은 매 말라 있다. 이 점이 장욱희의 매체를 전적으로 생태주의의 교훈과 같은 고매한 소통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교훈은 자연 대 인공의 극단적 대비에 의해 생겨난다.

    "별이 된 씨앗"을 설치하는 미술가


자연이 인공을 능가할 때 참사를 낳고 인공이 자연을 능가할 때 파괴를 낳는다. 이 둘의 충돌은 관람자의 마음에 폐허로 통합된다. 소통은 이 통합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교만을 일깨우거나 겸손을 알게 한다.


장욱희의 매체는 폐허의 가능성을 진단하고 충고하는 교훈이 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소생 가능성을 파악하여 그 충돌을 서로 연관시키는 맥락으로 읽혀지려 한다.관람자는 자연으로부터 유배된 씨앗과 인공으로부터 버려진 캔 꼭지 사이를 유년기의 기억이나 잃어버린 꿈 그리고 탄생에 가까운 때의 아련한 경험으로 통합한다. 관람자는 교훈에 대한 주눅이나 폐허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소급된 근원에 대한 풋풋한 웃음을 회복한다.





장욱희(張旭希 Jang Wookie, 1974~,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학과(조소전공) 박사과정 수료

숲에서 제작하는 미술가


개인전

       2005년  개인전 -창갤러리

       2004년  개인전 -한서갤러리

       2003년  개인전 -종로갤러리

       2002년  개인전 -코리아
            아트페스티벌, 예술의 전당

       2002년  개인전 -이브갤러리

       2001년  개인전 -우암갤러리

       2000년  개인전 -아트플라넷갤러리

       1998년  개인전 -바탕골 미술관


기획전 및 단체전 다수

      

작품설치

        태안군청

        충남농업테크노파크

      

현재

한국미술협회, 그린일레븐, 야생동물들, 성신조각회 회원.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과 강사 역임.

현재-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배제대학교 환경조각과 출강

             

홈페이지  http://www.kcaf.or.kr/art500/woo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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