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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창작스튜디오: 영은미술관의 미술가 거주프로그램


김정혜   /   2003. 11. 30.

경안창작스튜디오
                 영은미술관의 미술가 거주프로그램

 

                                                                            

               


                                                                                                  김정혜, 미술이론


오늘날의 예술가는 이데아 속에서 자신의 고뇌와 철학만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인식과 커뮤니케이션의 모색으로 현상의 실제를 살아야한다.

                       영은미술관의 삼차원 제작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상의 지평에서 예술가와 관객, 예술가와 예술가의 관계 속에서의  열린 사고와 풍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공동 창작 스튜디오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창작 스튜디오를 겸한 미술관으로 문을 연 영은 미술관이 살아있는 예술을 지향하는 선구적인 이념과  미술가들의 창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또 하나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 * *


영은미술관


2000년 9월 대유문화재단이 설립한 영은미술관은 경기도 광주시의 수려한 자연림 속에 위치하고 있다. 

                         영은미술관의 갤러리
동시대의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을 연구, 소장, 전시하고 있는 현대 미술관이다.
연면적 1.948평의 옥외전시장을 포함 5개의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완벽한 디지털 설비로 이루어진 멀티미디어 전시실과 연극, 영화, 콘서트를 위한 문화 공간 등 이 있다.


각 전시장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전시 장르에 따라 차별화되고 특화된 전시를 이룰 수 있다. 또한 전시동과 구별되어 미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숙소인 연구동과 창작 스튜디오, 여러 부대시설을 겸하고 있는 국내 초유의 미술문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예술을 수용하고 창작, 연구, 전시, 교육 등의 여러 프로그램으로 주변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담론을 발생시켜 기존의 전시위주의 미술관에서 탈피, 살아있는 미술의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



경안창작스튜디오: 미술가 거주프로그램


경안 창작스튜디오는 미술관내 미술가와 연구자가 입주하여 생활하면서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국내외 미술가들 간의 상호소통과 창작증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보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은미술관의 갤러리

박선주 관장은 “미술가와 관람객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술가들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서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한다. 이처럼 경안창작스튜디오는 미술가의 작품 활동에 따라 각기 특성에 맞는 스튜디오와 숙소를 제공, 자연림으로 둘러싸인 경관과 함께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창작스튜디오는 평면작업실과 입체작업실, 생활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평면작업실은 미술관 본관 3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48평 1실과 24평 6실의 모두 7실로 구성되어 있다. 높은 천정과 한쪽 벽면 가득한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창 너머로 보이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광은 예술가의 정서를 더욱 심취하게 한다. 산 아래 아담하게 자리한 두 동의 입체 스튜디오는 별동으로 건축되어 공간 48평, 높이 6m , 5실로 샤워실을 겸비하고 있으며, 야외작업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주로 도예, 조각등과 같은 입체작업을 하는 미술가들에게 제공된다.

미술가들의 숙소



숙소는 국내 외 미술가들임을 고려하여 온돌의 좌식구조와 침대가 있는 입식구조로 되어있다. 그 외에도 창작, 연구 지원목적으로 정보화시대에 발맞추어 해외미술계와의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자료정보센터가 있다. 대규모 전통장작 가마로 등요와 통가마가 있으며 그 옆에 가스가마실과 시유실 등의 시설이 완비된 도예공방, 판화공방을 설치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안창작스튜디오의 특징은 국제미술문화교류 및 정보교환 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외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인접분야의 학자들과 입주 미술가들이 상호 소통하여  당대 미술의 흐름에 대해 자유로이 토론하고 담론을 공유할 수 있는 워크샵 운영은 미술가들에게 인문학적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것은 "문화담론과 창작의 네트워킹"이라는 경안창작스튜디오 운영의 근간으로 미술가는 자칫 매너리즘이나 진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창조적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학자들에게는 굴절되고 왜곡된 우리의 미술담론을 창작현장의 체험으로 바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 스튜디오 프로그램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해외 교류 프로그램과 

데비 한의 제작실

같은 다양한 프로모션 기회제공을 통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창작기능을 활성화하는 창조적 문화 생산의 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안창작스튜디오의 입주 선정은 매년 7월에 이루어지는데 나이나 장르에 구분이 없이 다양한 미술가들에게 넓게 기회를 제공하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10월에 입주하게 된다.
기간은 국내 미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1년의 정규 프로그램과 외국 미술가나 해외 체재 미술가들을 위한 1년 미만의 단기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거주 미술가들


2000년 10월 김기린, 김소라, 김형대, 육근병 등 1기 미술가 9명으로 시작해서 2003년 김종학, 김주현, 함연주 등 5명의 4기 미술가, 단기체재의 해외미술가, 여러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에 이르기까지 경안 창작 스튜디오에는 40여명의 미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제작 중인 최지만

빛과 색의 관계 속에서 우러나는 정신을 표현하는 재불 미술가 방혜자는 2002년 2기 초청 미술가로 들어와 2003년 10월 까지 2년을 거주했다. 그녀는 “파리에서도 미술가거주프로그램에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환경이 좋은 곳은 없었"다면서 "자연과 늘 함께할 수 있고 또 젊은 미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며 이미 원로미술가임에도 마치 신진 미술가인양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무표정한 얼굴과 강열한 컬러가 대비되어 문화적 미묘한 충격을 주는 도예미술가 최지만은
미국에서의 경험을 말하면서 아직은 미술가 거주 시스템이 국내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것 같다며 프로그램의 부족과 미술가들에게 좀 더 디테일한 지원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작업실이 있음에도 레지던시에 있을 만큼  그 시스템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한국의 정서를 느껴보고 싶어 왔다는 재미 미술가 데비 한(Debbie Han)은 3개월의 단기 입주미술가로
뜻하지 않은 기회로 한국에서 전시도 하게 되었고 한국의 광고문화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방해자의 제작실

장을 보고 직접 호박죽도 끓이고 작품구상을 위해 재래시장도 다니지만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장르의 미술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하면서 장기체류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경안 스튜디오의 입주 미술가들 중에는 세계적인 비엔날레나 아트페어에서 참가했던  영상미디어 미술가 육근병, 2002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참가했던 사진미술가 김아타, 2003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르세날레관에 참가했던 설치미술가 김소라, 김홍석, 한국관의 박이소와 같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미술가들이 있다.
영은 미술관의 김미진 부관장은 “입주 미술가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하면서 그럴수록 더욱 프로모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술관의 역할이 막중하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또한 대만,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온 외국 미술가들도 있지만 아직은 해외 교류의 수준이 많이 미흡한 실정이라고도 하였다.



미술가들의 전시회


경안 창작 스튜디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미술관과 함께 있어 전시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매년 그 해 입주 미술가들의 오픈 스튜디오와 함께 입주 기간동안의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는 레지던시 정기전과 몇 번의 기획전을 연다. 2000년 11월 "9 SPACES, 9 PERCEPTIONS"라는 전시명으로 개관전을 대신해서 입주 미술가전시를 하였다. 그리고 그 해 12월에는 "만남과 표현전"이라는 제목으로 지체부자유자들을 위한 워크숍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대로 재생하여 관객과 호흡하는 새로운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정소연, The Past, The Present - Landscape
             
    2003, Wood, video installation

2001년 9월에는 "새로운 빛으로, 생명으로" 전을 2002년 9월에는 "구색잡기"(capturing nine colors)전을 개최하였다. 아홉 가지의 색은 시각예술의 가장 근원적인 현상으로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미술가 나름대로 해석하여 색의 본질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2003년 8월 "공간의 여행전"이라는 제목으로 실제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여행하는, 장소에 따른 사물의 의미적 변환을 애기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기획은 미술가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 * *

외국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우리는 그 형식이나 내용에서 분명 아직은 미흡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술관에서 미술가 거주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이나 단체에서 많은 인식의 변화를 일으켜 다양하고 풍부한 레지던지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여기에 영은의 경안 창작 스튜디오가 바람직한 모태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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