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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견디는 기다림과 조절 : '09 KIAF의 부담과 기대


편집취재팀   /   The View誌 게재   /   2009. 12. 1.
 

불황을 견디는 기다림과 조절

                '09 KIAF의 부담과 기대





 
 '09 KIAF에 참여한 해외 화랑의 부스

이희영, 미술평론가









올해(2009)로 8회째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가 닷새간의 일정으로 9월 22일 막을 내렸다. 이날 저녁 출품했던 작품과 홍보물을 철수하는 화랑 종사자들 상당수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그들의 표정에서 불황의 그늘을 견디는 안간힘이 전해졌다. 짐을 싸는 화상들은 앞서 8월에 열린 호텔아트페어(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09)에서 큰 판매 실적을 보지 못했지만 몰려오는 관람자의 북적임과 흥정의 입질은 기억하던 차다. 그 실낱같은 희망으로 거금의 부스비를 치렀을 그들이다.



KIAF 사무국은 이번 아트페어의 작품 판매액이 136억 원으로 그리고 관람자수는 5만 6천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작년(2008)에 비해 판매액이 4억 원 그리고 관람자수가 5천 명 정도 준 것이다. 2002년 KIAF가 처음 열린 이래 매년 그 수치들이 증가해 오다 지난 2007년 175억 원과 6만 4천명까지 오른 정점 이후 2년 연속 내리막을 보였다.
 

       일본의 츠바키(Tsubaki) 화랑 부스

            전시된 작품에 관한 자료들 잘 정리되었고 개별 작품과 관련된

            기념품들(우편옆서와 그림카드) 잘 구비되었다.
아트페어를 관람한 이들이 웹의 게시판과 블로그에 올린 관람기에는 예년에 비해 "썰렁하다"는 표현이 자주 눈에 띤다. 참여한 화랑들은 "그럭저럭"이란 말을 한다. 언론에서는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이번 아트페어의 인상을 전한다.



작년에 KIAF의 개막식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발표된 바로 그 주의 금요일(2008. 9. 19.~23.)에 열렸다. 미국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는 중고등학생들까지 비싼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했고 초보 소장가의 용기 있는 구매가 곳곳에 보였다. 물론 2007년의 호황에 따른 영향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는 것만 허용되고 가질 수 없는 비엔날레나 미술관의 행사 그리고 아트페스티벌에 비해 아트페어는 보기도 하고 가질 수도 있다. 자유 경쟁의 상거래에서 만끽할 수 있는 활기가 그 어떠한 대형 행사보다 아트페어만이 갖는 특징이다.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양한 부대 행사(세미나, 연주회, 아동미술프로그램 등)와 기획에도 불구하고 2009년 KIAF를 특징짓는다.



경기회복의 징표와 그 소문이 간헐적으로 들려오지만 이번 KIAF의 가라앉은 분위기는 불황이 가장 큰 탓으로 꼽힌다. 경기회복의 징후에 대한 부동산이나 주식이 반응하는 속도에 비해 미술시장이 훨씬 더 느리게 반응하는 한편 경기침체의 징후에 대해서는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금의 미술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그늘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파룰 무케르지(Parul Dave Mukherji, 인도 네루대학교 미술학부 교

     수)의 강연

               "When was Postmodernism? : Contemporary Art Practices

               in India"
이 진단은 그럴듯하지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미술이 돈으로 거래되는 한 그것이 경제의 논리와 밀접하게 연동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럴듯하다. 하지만 과거로 소급되는 한국 경제의 사례에 대응할 한국 미술시장의 자료는 너무나 빈약하다. 그래서 그 사이의 연동을 말하기는 적절치 못하다.



가라 앉아 보이는 그 다음 이유로 6,000만 원 이상 고가 미술품에 양도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이 꼽힌다. 이 계획이 소장가가 구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단다. 양도세의 신설 여부와 6,000만원이라는 부과 기준에 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양도세에 대한 염려 때문에 아트페어의 고객이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장가의 망설임은 부과될 세금보다 시장의 불안이나 불신에 더 많이 유래한다. 원작확인, 거래이력과 같은 단순한 정보에서 작품의 가치를 보증할 공적 근거(출간, 미술가의 언급, 연구물 등)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을 고객에게 제대로 제공해왔는지가 더 큰 문제이다.



그 외 신종플루의 영향과 해외 화랑의 대거 불참이 가라 앉아 보이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신종플루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매주 홍대 부근 공연장에는 관객으로 넘쳐난다. 즐거움과 아름다움은 가치이다. 위생은 필수이다.
 
화가 김영화

     화가는 방문한 관람자에게 골프공에 초상화를

     그려준다.
행사에서 위생과 보안은 반드시 그리고 당연히 유지되어야할 항목이다. 가치의 원인을 필수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지난해 해외 화랑들의 참여가 102 건인 반면 올해는 46 건이라 한다. 그 원인이 물론 불경기 탓이겠지만 혹자는 작년에 그들이 참여하면서 품었을 기대를 저버린 때문으로 지적한다.



주최 측은 "아시아권 미술시장의 성과가 반 토막으로 평가받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번 아트페어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라 한다. KIAF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 중 가장 안정적이고 아시아에서 주목 받는 몇 안 되는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한국화랑협회를 비롯한 참여 화랑들의 부단한 노력과 종사자들의 희생이 있어왔다. 이들의 실천은 한국에서 마련한 국제적 장을 통해 한국미술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일관된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KIAF가 한국 미술시장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 이번 아트페어의 가라앉은 분위기의 원인들은 KIAF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 전반의 양상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바로 이 "국제적"이라는 목표 때문에 KIAF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나는 몇몇 미술가들을 기억한다. 그들 중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미술가는 전시장에 직접 나와 구입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초등학생에게 일일이 자신의 제작물을 설명하고 그의 미술 숙제를 거들어 주었다.
 
 갤러리고도의 부스

       이 부스에서는 방문자에게 차가운 맥주를 나누어 주며 작품에

       적용된 냉기를 몸소 느끼게 한다.
한국화가 김영화 씨는 관람자의 얼굴을 그려줌으로써 자신의 매체가 제작되는 과정을 시연해 보였다. 관람자에 대한 개별 미술가의 적극적 접근과 함께 몇몇 화랑의 시도도 눈에 띠었다.



갤러리고도는 냉각기를 활용한 미술가의 작품을 출품하면서 그것에 맞추어 시원한 맥주를 고객과 관람자에게 대접했다. 이는 시각적 대상과 연관된 직접적 체험을 관객에게 제공함으로써 화랑과 미술가에 대한 인상을 깊게 심어주는 전략으로 비친다. 국내 기획자에 의해 구성된 독일계열(서울소재)화랑 디갤러리(Die Galerie)의 진열 방식이 돋보였다. 자칫 백화점식 과도한 집합으로 구성될 아트페어의 부스를 매체의 특성에 맞추고 관람자의 동선에 자유를 부여한 듯했다. 이들의 적극적 친절과 실천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돋보였다.



작품판매액과 관람자수의 2년 연속 하락 곡선을 2005년에서 2007년의 정점으로 이어지는 급속한 상승 곡선과 비교하면 훨씬 완만하다. 이와 함께 이번에 목격된 가라앉은 분위기는 요란함을 떨치려는 안정의 국면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많은 화랑이 욕심 부리지 않은 단출한 진열을 이전보다 많이 채택했다. 인기 있는 동일 미술가의 무분별한 중복 채택이 어느 때보다 줄었다. 강연과 토론에 참여하는 관람자의 수가 늘었고 관심이 두드러져 보였다. 특별전 "보단 보이, 보단 걸"의 기획이 탄탄해 보였다. 이러한 개선된 모습들은 수요에 맞추고 그것의 창출을 위한 방향을 향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전이 관람자를 자극하는 방향이라면 지금은 수요층에 초점 맞춘 태도로 비친다.

 

       디갤러리(Die Galerie)의 부스

               중국 미술가 펑정지에의 입체물과 회화가 한 공간에 진열되었다.

               관람자의 자유로운 동선을 제공하는 한편 조각의 입체와 회화의

               평면이 지닌 매체의 특성이 부각된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이 번 KIAF는 분명 기다림과 조절이 감지된다. 그 구체적 대상은 구입을 망설이는 국내의 소장가들이다. 이들은 지난 호경기와 이번 불황을 통해 애매한 형용사로 포장된 어설픈 과장에 싫증나 있다. 이들은 정확하고 신뢰 있는 정보를 원한다. 이미 몇몇 화랑은 곧 제작의 근거를 발굴할 그리고 원작의 유통과 미술가의 성장에 관한 정보를 생산할 궁리에 들어갔다.



또 다른 대상은 해외의 소장가들이다. 이들이 서울을 방문해 한국에서 생산된 미술을 구입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국제적 미술시장은 그러할 때나 가능하다. 아트 바젤(Art Basel), 아트 콜로뉴(Art Cologne), 시카고아트페어(Chicago Art Fair), 이들 국제적 아트페어에 애초에 "국제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이라는 말을 국내 미술시장에 붙임으로써 은연중 부담을 초래했다. 도달되지 않은 미래로 지금의 현상을 파악하는 일을 멈춰야겠다는 기준의 조절이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요청된다. 그 속에는 가공의 기준보다 오히려 한국미술 시장의 알곡 같은 자료를 찾는 일에 더 주목해야겠다는 각성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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